로맨스 영화를 볼 때마다 답답했다. 꼭 헤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멍청이들 같아서. 내가 그 멍청이였다.
그렇게 평생 서로의 꿈을 반드시 이루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학교 울타리 밖 사회로 나온 그들은
어느새 시간과 현실에 쫓기다 거듭된 실패에 지쳐만가고
은호 자신의 상황때문에 함께 꿈을 포기하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진다.
그 미안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어떻게든 그 상황을 이겨내보려 노력한다.
둘 사이의 다정함은 사라진지 오래다.
솔직한 감정을 외면하면 자연스레 나오게되는 모습이다.
각박한 사회 생활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채
소중한 사람을 향해 자신도 모르게 쌓인 감정들이 터져나온다.
정원 또한 은호의 태도에 참고 있던 감정을 터트리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은 환경이 바뀌면 사람의 태도도 바뀌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듯하다.
그렇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는 태풍이 지나가 고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이니까...
우리 모두 그런 아픔을 품고 살아간다.
정원은 빛바랜 관계를 어떻게든 살려보고자 계속해서 비언어적으로 표현한다.
"당신이 내게 안식처예요. 다시 빛을 찾아 우리 함께 웃고 싶어요.
많은 거 거창한 거 바라지 않아요. 그냥 예전처럼 나의 편안한 안식처, 그거 하나면 족해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처럼 꿈을 좇으며 살아요."
누군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까...
현실은 그들을 그렇게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계속 그들을 쥐고 흔든다. 방해한다.
이 현실에서 은호는 정원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알아듣지 못한다.
이런 솔직한 정서적 소통의 부재한 채 서로를 향한 부재가 결국 서로의 부채감으로 되돌아간다.
이와중에 현실은 그 둘사이를 어떻게든 갈라놓으려고 한다.
정원은 팔이 찢어지더라도 끝까지 부여잡으려고 한다.
정원의 입장에선 은호가 자신의 거듭된 실패에 무기력해져 자신은 안중에 없다는 것으로 느꼈을것 같다.
그시점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것이 혼자만의 노력이라는것을 깨닫고 결국 놓아주기로 한다.
먼 훗날 우연히 다시만났을 때 은호가 정원에게 묻는다.
은호: 그때 내가 지하철을 탔다면.. 우리는 안 헤어졌을까? 정원: 그랬으면, 너랑 함께 했을거야 영원히
이 말은...정말 자신을 원망스럽게 하는 대사다.
그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신을 차렸더라면...
그때 조금이라도 덜 어리석었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성숙했더라면...
너무나 아픈 현실은
인간은 소중함을 잃어야 비로소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고 성장하는 한계를 가진 존재라는 점이다.
물론 개인차야 있겠지만, 누구나 이런 교훈있는 경험은 한번쯤은 다 있을것이다.
은호: 내가 널 놓쳤어 정원: 내가 너를 놓았어
너희 둘이 헤어졌지만 매년 이맘때면 정원이가 생각나고 이번에도 네가 좋아하는 반찬을 잔뜩 해버렸다. 인연이란 게 마지막까지 잘 되면 좋겠지만, 서로 실망시키지 않는게 쉽지는 않다. 사람의 삶도, 마음도 변할 수 밖에 없는 거니까 그래도 괜찮단다. 나한테도 은호한테도 너는 참 귀한 사람이었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정원이는 잘 해낼 거야. 항상 밥은 꼭 잘 챙겨먹고, 아저씨 반찬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늘 건강하고, 행복하렴
상황에 의해 변해버린 관계에 상처입고 이별을 선택하게 된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같았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라면 이 편지에 위로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아니 이 편지뿐만이 아니라 이 내용 전체가 공감이 될 수 밖에 없을것이다. 디테일한 상황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 디테일함 속에 각자만의 사연을 다 담고있었으니까.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이별을 선택했지만 결국 이 영화의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작품을 꿈꾸고, 각자의 안식처를 꿈꾼다. 그 꿈을 이루어 내보고자 아둥바둥 살아내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계속해서 방해를 한다. 저항을 한다. 그 저항에 맞서서 살아내다가 결국 삐끗해서 소중함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어낸 한가지 확실한 교훈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은것이 아니라 세상에 치여 살아내다 소중함을 잊은 것이다. 그러니 세상에 치여 살다가도 결국에 내가 안식할 곳은 나의 소중한 사람들임을 기억하자... 다시금 그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